지난 7월 23일 화요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 힘 제 4회 전당대회"를 직관하였다.
안타깝게도 윤석열 대통령의 연설은 시간이 맞지 않아 볼 수 없었지만 견문과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느낀 점
- 전당대회에 마련된 좌석의 거의 3할이 기자들을 위한 자리인 것이 놀라우면서도 조금 씁쓸했다. 마치 12년도에 페이스북 페이지 행사로 열린 솔로대첩에서, 질서 유지를 위해 동원된 경찰이 여성 참여자보다 더 많은 걸 본 느낌?
민주당 전당대회는 가본 적이 없고 가고싶지도 않지많 더 많은 당원들이 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 그럼에도 열성 지지자들간의 유대는 끈끈해보였다. 전당대회가 끝나고 당원 지인들 끼리 모여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보니, 이 바닥(?)에서 이름을 날리기 위해 더 활동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연설하는 것을 밖에서 듣기만 했는데, 생각보다 연설을 잘해서 놀랐다. 취임 전 도리도리라고 까이던 그 사람이 맞나싶음. 연습을 많이 했나보다.
위 까지는 개인적으로 느낀 점이고, 이하가 본 후기의 핵심 되시겠다.
한동훈의 당 대표 당선이 의미하는 것은
결과는 다들 알다시피, 한동훈이 62.84%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 대표로 당선되었다.
반 한동훈 계열에서는 이번에도 부정선거 음모론을 들고왔지만 반박할 가치도 없는 헛소리니 넘어가고,
우리는 이 상황이 시사하는 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유권자들은 "어느 방향으로든" 변화를 원했다.
한동훈이 다른 후보들과 가진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직설적인 화법과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는 대담함일 것이다.
대한민국의 대통령 자리를 제외한 사실상 모든 것을 독차지한 반지성주의 세력을 몰아내기 위해선 기존의 국민의 힘으로는 부족하다 느낀 것이다.
2. 유권자들이 당에 원하는 것은 "'이념', '반 이재명' 둘 중 하나라도 똑바로 하라 "이다.
반면 한동훈은 당대표 4인 중 우파적 색채가 가장 옅은 인물이다.
김대중을 존경한다고 한 바가 있고, "국민의 눈높이, 국민은 항상 옳다"와 같이 말버릇처럼 내뱉는 말에는
인간의 악한 면모, 대중의 우매함을 부정하는 좌파적 가치관이 옅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당원들은 한동훈을 택했다.
이념보다 반 이재명을 더 중요시 했던 것일 수도 있지만,
나는 '일단 둘 중 하나라도 제대로 해라'라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싶다.
어차피 기존의 국민의힘은 이념도, 반 이재명도, 둘 다 제대로 못하던 정당이었으니까.
일단 '이재명 담당일진'으로서 제대로 눈도장을 찍은, 둘 중 하나는 확실히 할 거 같은 한동훈을 뽑아준게 아닐까 싶다.
3. 유권자들은 "쇼맨십"을 원한다.
지지난 전당대회 때 당 대표로 당선되었던 이준석은 본인과 맞서는 경선 상대들을 향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내가 0선이라 경험이 없을거라고? 4, 5선 씩이나 했으면서 국민들이 당신들 이름도 모르는건 자랑이 아니다.
구태 정치인들은, 조선시대 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입신양명적 사상 때문에 자리를 자신의 목표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아닌 목표 그 자체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가늘고 긴 정치생활을 선호하고, 눈에 띄는 짓은 잘 하려하지 않는다.
남 눈 밖에 나지 않는게 다선에 유리하니까. 당연히 대국민 인지도도 바닥일 수밖에 없다.
어느샌가 지식인들은 이를 "여의도 화법"이라고 칭하기 시작했다. 실로 적절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이하의 "지식의 칼" 유튜브 링크를 참조하라).
전체 버전: "야 이놈아, 꿈이 고작 "대통령" 이냐?" - YouTube
Shorts 버전: https://youtube.com/shorts/gCiG38tg-9c?si=1PrCdvLcYhO_lJOt
반면 자리를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의 목표를 설파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그 과정에서 적이 생기는 것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리고 당연히 임기 기간 동안 최고의 아웃풋을 창출한다. 그것이 어떤 의미든 간에.
오직 대한민국의 공산화, 법치의 무력화만 노리고 달려온 극좌 수뇌부들을 생각해보자.
반지성주의자들의 선택을 받은 것은 결국 이 사람들이었다.
이를 국민의 힘 지지층들 또한 똑같이 느끼고 있는 것이다.
유권자들은 더 이상 "여의도 화법", "보신주의자"들을 지지하지 않는다.
한동훈 당선인이 극복해야 할 것은
1. 빈약한 이념 기반
처음 한동훈이 비대위원장이 됐을 때라면 걱정되지 않았을 테지만, 도태우, 장예찬 등 핵심 우파 인사의 공천 취소 등이 원인이 된 총선의 참패와 잡음이 많았던 경선 과정은 한동훈이라는 또다른 "586 세대"의 태생적 한계를 함께 보여주었다.
우선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반지성주의 세력을 상대하기에는 그의 이념적 기반이 너무 약하다는 것이다.
우리의 1차적인 목표는 반지성주의 세력을 몰아내는 것이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대한민국의 정상화이다.
만약 한동훈 체제가 반지성주의 세력의 수괴인 이재명을 몰아낸다 한들, 본인 또한 강력한 지성으로 무장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또다른 반지성주의 세력을 양산할 뿐이다.
본인의 지휘 하에 치뤄진 총선이 왜 참패하였는지,
민주당이 주도하는 김건희 특검 등의 본질이 무엇인지.
면밀히 분석하여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2. 팬클럽 "위드후니"의 존재
전당대회에서 봤던 것 중 가장 놀라운 것은 바로 한동훈 팬클럽, "위드후니"의 존재였다.
본인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개딸과 전혀 달라보이지 않았다.
팬덤정치가 위험한 이유는 "에코챔버 효과(Echo chamber effect)"를 일으키기에 아주 좋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지지자들, 혹은 본인과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둘러쌓여 그것이 전체 표본을 대표한다고 착각하는 현상이다.
에코 챔버 효과를 가장 잘 체험할 수 있는 상황이 전당대회 마무리 시간에 벌어졌는데, 바로 당선자 발표 후 당선인의 연설 시간이었다.
방송으로 볼 때는 대중들이 당선인을 연호하는 소리가 배경에 깔리기 때문에,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그를 지지하는 것 처럼 들린다.
하지만 실상은, 아래와 같이 당선인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은 모두 빠져나가고, 남아있는 지지자들만 모여서 당선인을 연호하는 것이었다.
에코챔버 효과를 이론으로만 알고있다가 실제 그 현상을 보게되니, 한동훈 당선인에 대한 걱정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한동훈 당선인은 당의 발전과 대한민국의 정상화를 위하여, 당 전체의 목소리, 지성인들의 목소리를 들을 줄 아는 리더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부디 그가 에코챔버 효과 따위에 속아 그릇된 판단을 하는 범부가 아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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