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구글 이미지 검색을 켜고, 김대중부터 문재인까지 “역대 대통령”+”사과”로 검색해보라.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심지어 그들이 못 잡아먹어 안달인 박근혜까지, 임기 동안 적어도 한번의 대국민 사과를 진행하였으며, 그 대국민 사과의 계기가 된 사건에 의해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었다. 김대중, 노무현 시절엔 내가 어려서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광우”뻥” 선동에 의해 지지율에 큰 타격을 입었으며, 박근혜는 탄핵을 당하고 정권을 빼앗기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그러나, “문재인 사과”로 구글 이미지 검색을 해보면, 문재인은 임기 기간 중 단 한번도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당장 글의 제목에는 “사과”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기사들이 몇 보이지만, 전부 당 대표 시절 본인의 잘못도 아니면서 “쇼통”의 목적으로 했던 사과이거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처럼 말로만 사과하고 실제로 문제 해결을 위한 관련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은 사건들이다(현재 수사를 통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문재인 정부가 본인들의 잘못을 덮기 위해 피해자를 자진 월북자로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중이다). 그 사진조차 우리가 일반적으로 “대국민 사과”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올리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 아닌걸 보면, 문재인은 전혀 사과할 마음이 없었으리라고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김대중, 노무현 시절만 하더라도, 그들이 실수를 저질렀을 때 “사과”라는 형식은 갖추었다. 그러나, 문재인이 취임한 이후, 문재인은 고사하고 민주당 그 누구도 본인들이 저지른 과실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를 하는걸 본적이 없다. 유시민은 한동훈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로 재판에 끌려가는 와중에도 역으로 한동훈에게 (대체 뭐에 대한 사과를 말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사과를 요구하였으며, 한경오를 포함한 여러 반지성 언론들은 지난 서울재보궐선거와 대선 때 직접 본인들 손으로 퍼뜨렸던 여러 가짜뉴스들에 대한 일말의 정정-사과보도가 없었다. 이는 그 지지자들도 마찬가지다. 몇 주 전 박지현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민주당에서 벌어진 일련의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그나마 최소한의 형식을 갖춘 “대국민 사과”를 진행하였으나,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거센 비난만 받았을 뿐이었다.
왜 문재인은, 민주당은, 그리고 반지성주의자들은 사과하는 방법을 잊은 것일까?
여러가지 내적-외적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자신의 잘못을 순순히 인정했다가 자살하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은 사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혹은 정말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한동훈의 청문회에서 그 원인을 한가지 더 찾을 수 있었다.
지난 22년 5월 9일 있었던 한동훈 청문회에서, 김남국, 김영배, 김종민 세 민주당 의원은 청문회 시작 전 한동훈 당시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검수완박”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대뜸 “사과”를 요구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인 검수완박을 굳이 거론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공격 의사라는 것이다. 이런걸 적반하장이라고 하던가. 실제로 검수완박에 대한 전국민적 반대여론이 들끓고 있었고, 그걸 추진하던 건 본인들이었고, 한동훈은 그 사실을 법무부장관 후보자로서 말하지 않을 수 없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한동훈의 행동이 비판의 여지가 없다는 점은 변호사 씩이나 해본 본인들도 모르진 않을 것이다. 이들이 한동훈에게 선 사과를 요구한 이유는, 상대방이 그 말대로 사과를 했을 시 사과를 한 사실 자체로 상대방을 유죄추정하기 위함이다. “본인이 찔리는게 있으니 사과한 것이다.”라는 논리로 몰아가려는 것이다.
우리는 실제로 일상에서 이런 경우를 자주 접할 수 있다. 예컨대 서로 싸움이 나 명백히 쌍방폭행인 경우에, 자신이 더 무고하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먼저 잘못했으니 사과해라”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잦다. 문제는 우리가 이러한 분쟁 상황에서 사과를 해야하는 이유를 알고있느냐이다. 분쟁을 건전한 방향으로 이끌어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결론을 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사과이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그 실수에 대한 스스로의 시인이 있어야 분쟁의 원인을 찾을 수 있고, 그 원인을 찾아야 해결책을 강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문재인과 민주당, 그리고 그 지지자(반지성주의자)들은 “사과”라는 건전한 분쟁해결 도구를 상대방을 도덕적으로 무너뜨리기 위한 파괴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과로 하여금 상대를 유죄추정해 “파멸”시키는데에 목적이 있는 것이다. 만약 한동훈 청문회에서, 한동훈이 검수완박이라는 단어를 꺼낸 것에 대해 사과했다면 민주당은 그 순간 한동훈을 “이 자가 정치검찰이라는걸 자백했다”라고 강력하게 주장했을 것이다. 하지만 영리하게도 한동훈은 그 함정에 걸려들지 않았고, 한동훈 청문회는 명백히 한동훈의 승리로 끝났다.
이 때 만약 사과요구를 받아들인다면 그들은 그 사과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완전히 멸망시키기 위한 다음 핑계거리를 준비한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그 전략을 사용하는 본인들이 그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본인들이 사과하면 그것으로 인해 공격받을까 봐 본인들의 과오에 대해 절대 사과하지 않는 것이다. 국민들은 정말 진심 어린 사과가 듣고 싶을 뿐인데 말이다.
그들의 이런 행동은 대한민국을 더더욱 사과가 결여된 사회로 만들고있다. 서로의 과오를 시인하여 분쟁을 올바르게 해결하는 건전한 사회가 아닌, 상대방에게 없던 죄도 선동으로 만들어 씌우려는 반지성적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허비되는 돈, 시간, 그리고 감정들은 누가 보상해 줄 것인가. 대한민국에서 반지성주의를 몰아내기 위하여, 당신은 분쟁 상황에서 다음 원칙을 꼭 기억하라.
1. 상대를 파멸시키려는 목적의 논쟁은 자리를 뜨는 한이 있더라도 피하라.
2. 자신이 명백히 잘못하지 않은 문제에 대하여 사과하지 마라. 사과를 요구한 상대방에게 역으로 주장에 대한 논증을 요구하라.
3. 상대의 행동이 잘못 됐다는 걸 입증하기 전까지 사과를 요구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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